미수를 키우다. - 단편

미수를 키우다. - 단편

미미야동 0 430

1. 어? 저 사람은, 분명.....


생선가게 코너로 들어선 미카의 발길이 문득 그곳에서 멈추었다.바로 눈앞에 쇼핑카트를 밀면서 고기봉지를 들어 올리는 여자의 뒷모습이 있다.


맞아, 틀림없어.


여자가 봉자릴 카트를 던져넣을 때 언뜻보인 차가운 옆얼굴에 미카느 확신히 들었다.


이쪽도 카트를 밀면서 다가간다.


"저어......오기코부 과장님 아니세요?"


그렇게 말을 걸었을 때 여자가 움찔 어깨를 떨었기 때문에 미카는 놀랐다.그러나 이내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그 얼굴은 틀림없이 불과 몇 개월 전까지 자신의 상사였던 오기코부 메이코의 야무지고 지적인 얼굴이다.


"당신은... 쿠리모토 미카씨?"


"예. 오랜만이예요.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기이한 인연이네요.아...그리고 보니 과장님 댁이 강변 고층아파트였던가?"


이전에 동료 누군가가 알려준 일이 불현 듯 생각나 미카는 혼자 아는 척을 했다.


"댁이 근처세요?"


"...어어...응"


"부러워요 그런 곳에서 우아하게 혼자 사시다니.매일 퇴근길에 이렇게 장을 보러 오시나 봐요?"


"어...?응 대개는."


미카가 원래부터 이 상사와 특별히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오히려 거리감이 있었던 편이다.그런데 처음 온 동내 슈퍼에서 뜻밖에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에 이상하게 기분이 고조되어 있었던 것 같다.그 기세를 몰아 상대방 카트에 든 물건까지 스스럼없이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낸다.


"어?...혼자치고는..."


물건이 너무 많네요?라고 말했을 때는 이미 카트안에 고기 봉지를 하나 들어 올리고 있었다.카트안에는 여자 혼자서는 도저히 먹을 수 없을 듯한 


스테이크용 고기 덩어리가 들어있다.그것도 비슷한 크기의 고기가 이미 몇 개나 넣어져 있었다.


"과장님, 보기보다 많이 드시나 보네요.게다가 좋은 고기만..."


"아...오늘은 특별한 날이라서..."


미카는 얼버무리듯 그렇게 대답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갈라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러나 모른 척 일부로 쾌할하게 반응하낟.


"아아, 무슨 파티라도 하시나 봐요?사실은 오늘 저도 그렇거든요.이 근처에 친구가 사는데 모두들 먹을 거리를 사서 모이기로..."


"어머, 그래? 그거 참 우연이네."


여자는 애써웃음을 보였다.그리고 그 표정 속에는 격렬한 동요가 일렁이고 있다.


뭔가...분명...이상해...


왜 그렇게 당황할 필요까지 있는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그러나 상대방이 자신의 물건을 일일이 추궁하는 일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다.


왜 그토록 두려워 하는 거지...?


미카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얻을 기회는 같이 물건을 사러온 유미가 나타난 일과 여자가 그것을 기회로 그곳을 떠난 일로 사려저 벼렸다.


"누구야?아는 사람?"


사라져가는 여자의 뒷모습과 미키의 미심쩍은 얼굴을 번갈아보면서 유미가 목소리를 낮추었다.거참,미카는 약간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얼마 전에 관둔 회사의 상사야.저래 뵈도 회사에서는 상당히 엄격하고 대단한 과장이지."


"호오... 말하자면 일은 일사 천리지만 남자에게 관심없는 올드미스 커리어우먼?"


잔뜩 안고 온 안주류를 떨썩털썩 카트안에 던져넣는 유미를 곁눈으로 바라보며넛 미카도 고개를 끄덕였다.


"못하는 게 없으면서 결혼만은 못한다고 다들 수군댔었지.근데 뭔가 수상해."


"수상하다니?뭐가?"


"그러니까 결혼도 안한 독신이 고기를 잔뜩 샀더란 말이지.파티라고는 둘러대지만 분명 거짓말이야."


"흐음."


미카의 설명을 들으면서 잠시 생각하는 듯하던 유미가 원가 생각난 듯 손가락을 탁하고 튕겼다.


"그렇다면 패트 갈은거 키우는게 아닐까?날고기를 먹는 특별한 패트 특히,흔히 있어.악어라던가 이구아나같은 걸 키우며 좋아하는 이상한 여자,"


"아파트에서 그건 무리잖아."


"무이인들 알면서 키우니까 남이 알까봐 초조해 하는건 아닐까?"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미카는 점차 이해하기 시작했다.만일 정말로 그런 대형 파충류를 키우고 있다면 만의 하나 그것이 틀통났을 경우는 일이 커지게 된다.그것이 두려워서 그토록 애써 감추려고 했다면 그다지 수상한 일도 아니다.


그렇다쳐도 평소의 냉철한 과장답지 않아...


미카는 역시 그런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그리고 동시에 그 정도로 그 과장을 집착하도록 만드는 패트는 도대체 어떤 동물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 번 보고 싶은 걸,안 그래?"


그러나 그 물음에 유미는 불쾌한 표정을 노골적으로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난 흥미가 땡기누만..."


물만스럽게 중얼거리며 마카는 넓은 점내를 둘러 보았다.물런 이 북새통에서 오키쿠보 과장을 다시 볼 리가 만무했다.그래도 미카의 눈은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늘씬하고 매력적인 뒷모습을 열심히 찾고 있었다.


"한번만... 그래, 보기만이라도 했으면..."


사소한 흥미에서 호기심,이윽고 강렬한 욕구로까지 변화하는 자신안의 기분에 압도되어 어느 새 미카는 오늘밤 파티 따위는 잊어가고 있었다.


2.  "왜 이렇게 늦었어? 배고파 죽겠단 말이야."


무거운 슈퍼마켓 봉투를 양손에 들고 숨을 헐떡이며 들어온 메이코를 그런 낮은 볼멘 목소리가 맞이했다.목소리가 나는 방향에서 스무살이 될까 말까한 모습의 젊은 남자가 긴 다리를 탁자 위에 걸치고 마루에 널부러져 누워이?


"미안해,마사히토.얼른 준비할게."


"얼른 해줘.나 정말 배가 등짝에 붙을 것 같다고,"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허둥지동 부엌에 선 메이코의 등에 마사히토라는 그 청년이 더욱 재촉을 해댔다.그래 알았어 알았어 라고 대답하며 메이코는 재빨리 연분홍 앞치마를 둘렀다.그 순간 몸속에 짜릿한 희열이 느껴진다.


아아...행복해. 오늘도 이 아이의 시중을 들 수있단...


특정한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한다?메이코는 그것이 이토록 희열을 느끼는 일이라는 것 불과 수개월 전의 그날밤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날 밤...... 지인을 따라간 호스트바에서 이 마시히토라는 청년에게 한눈에 반해 그 순간부터 에이코의 마음은 그를 자신밑에 두고 싶다는 욕마응로 가득차게 되었던 것이다.


에이코는 매일 밤처럼 가게에 드나들었다.돈을 주고 풀이 설득한 끝에 간힌히 마시히토와 계약을 성립하였다.그때 메이코가 제시한 조건은 실로 간단한 것이었다.


대학 학비,용돈,생활비 모두를 이쪽이 부담하는 대신 하여튼 동거인으로 함께 살아달라.


몇 일 뒤 마사히토는 호스트 아르바이트를 관두고 메이코의 아파트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집에서 먹고 자고 기분내키면 학고나 친구 잇는 곳에 갔다가 다시 이집으로 돌아오는,자유분방하고 속편한 생활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청년에게 메이코는 그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고,바람도 갖지 않았다.처음부터 마사히토를 애인이나 정부로 삼으려고 아파트로 불러들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를 자신의 집에 살게하고, 밥을 차려주고,그리고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학창시절엔 우등생으로 10년전에 관리직으로 입사하고 나서는 오로지 일에만 매달려온 메이코로서는 이것은 소위 난생처음 발견한 취미,아닌 오락이어?


그가 자신 밑에만 있어준다면 무엇이든 해줄 생각이다.그런 의미에서 세상에서 패트 매니아로 불리는 사람들과 다를바 없다.


그리고 그건 얼빠진 주인 밑에서 자라는 패트 대부분이 그렇듯이 마사히토 역시 상당히 돈이 들고,게다가 아주 제멋대로였다.


"아아...이러지마."


스테이크고기에 후추를 치던 손을 멈추고 메이코는 살며시 웃었다.어느 샌가 마사히토가 발아래로 와있더니 무릅에달라 붙어 있다.


"이러지마아. 저쪽에 얌전히 있어."


살며시 뿌리치고 다시 손을 움직이지만 마사히토는 그런것에는 아랑곳없이 메이코의 치마를 걷어 오릴고는 허벅지, 심지어는 허리 부근까지 손을 뻗어 더듬걸리 태세이다.


"하지 말래면 하지마!"


"왜?"


조금 차갑게 나무라는 메이코를 마사히토의 치켜진 눈매가 가만히 올려다 보고 잇었다.그 젖은 듯한 눈동자에 자신에 다한 응석을 간파하고는 메이코 몸속으로 저며드는 짜릿한 환히를 느낀다.


"그....그만해.. 그러면 식사 준비를 할 수 없잖아!"


메이코는 짐짓 무서운 얼굴을 지어보였다.그러나 설령 표정은 꾸밀지라오 갈라지는 목소리며 허리의 미동마저 완벽하게 속일수는 없었다.


"괜찮아.안해도 돼."


대답하는 마사히토의 눈이 확실히 그것을 꿰뚫고 웃고 있다.


"안돼, 아까는 배고파 죽겠다고 했으면서..."


메이코가 이미 희미하게 숨을 허덕이고 있었다.물론 그것을 마사히토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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